[논평] '행정의 수장'은 왜 '내란 주범'이 됐나
로인 선임기자
web@lawyersist.com | 2026-01-25 08:27:31
2026년 1월 21일, 서울중앙지법 제417호 형사대법정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해 '징역 23년'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이는 단순한 형사처벌을 넘어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권력의 핵심부를 향해 던진 경고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전직 국무총리의 법정 구속은, 국가의 위기관리 사명을 부여받은 고위 공직자가 헌법 파괴의 공조자로 전락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엄중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2024년 12월 3일의 비상계엄을 '정치적 결단'이 아닌 '명백한 내란'으로 규정함으로써, 그간 정치적 수사 뒤에 숨어있던 위헌적 폭거의 실체를 법률의 언어로 명확히 단죄했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한 전 총리의 죄책에 대한 사법부의 법리적 해석이다. 특검은 당초 그를 내란의 '방조범'으로 기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중요임무 종사자'로서의 '정범'으로 판단했다. 이는 법률가적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엄중한 결단이다.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통해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하고 행정부를 통할해야 하는 헌법적 독립성을 지닌다. 계엄 선포의 필수 요건인 국무회의를 형해화하고, 허위 공문서 작성과 대통령 기록물 훼손을 통해 내란의 실행을 뒷받침한 한 전 총리의 행위는 사법부의 판단대로 '수동적 방조'를 넘어선 '적극적 공동 실행'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사법부는 또한 '대국민 메시지'나 '경고성 조치'라는 피고인 측의 궤변을 법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계엄은 국가 존립이 위태로운 극한의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최후의 비상수단이다. 국회를 무력으로 점거하고 민주적 헌법 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키려 했던 행위는 어떤 정치적 수사로도 미화될 수 없는 국헌문란의 실체적 행위다.
한 전 총리가 위증과 기록 훼손을 통해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려 했던 시도는 그 스스로가 이미 해당 행위의 위법성과 반헌법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자백하는 증거와 다름없다. 명령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이를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그 실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한 것은 공직 윤리를 넘어선 형사적 가해 행위다.
이 판결은 모든 공직자에게 '불법적 명령에 대한 거부 의무'라는 헌법적 교훈을 남겼다. "상급자의 지시였다"는 변명은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나 반인도적 범죄와 내란 범죄 앞에서는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국무총리라는 직위는 대통령의 권위를 빌려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하는 최후의 보루와 같다. 한 전 총리가 선택한 침묵과 동조는 결과적으로 시민의 민주적 기본권을 무력 앞에 노출시켰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이전의 독재, 암흑기로 되돌리려 했던 퇴행의 촉매가 됐다.
이제 법률적 판단은 상급심으로 넘어가지만 1심 판결이 세운 법치 수호의 원칙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법은 영원하며 역사는 기록된다는 사실은 진리다.
415일간의 긴 심리 끝에 내려진 이번 선고는 권력의 정점에 선 입장일수록 그 책임의 무게 또한 정비례한다는 엄중한 진리를 재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위헌, 위법적 행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공직자들에게는 오욕의 역사로, 법치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에게는 승리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 법률가통찰, 로이어스인사이트(LawyersInsight).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