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숙 변호사 “해지통보 ‘도달로 끝’ 생각은 오산”
최재영 기자
jychoi@naver.com | 2026-01-12 10:10:22
열쇠·출입권한·잔짐 남으면 인도 아냐… ‘점유 지속’이 승패 갈라
“곧 나간다” 믿고 기다리면 손해… 점유 확인 즉시 소송 타이밍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거나 적법한 해지 통보가 이뤄졌음에도 임차인이 건물을 비우지 않아 골머리를 앓는 임대인들이 늘고 있다.
상당수 임대인은 "해지 통보를 했으니 곧 나가겠지"라는 기대로 상황을 관망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안일한 대응이 명도소송의 최적기를 놓치는 결정적 원인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12일 "명도소송의 진정한 출발점은 계약 해지 그 자체가 아니라, 해지 통보 이후에도 이어지는 임차인의 '점유'"라며 "해지 통보가 상대방에게 도달한 시점에서 임차인이 여전히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면 이미 명도소송의 요건은 완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명도 분쟁 현장에서는 임차인이 직접 상주하지 않더라도 점유가 지속되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열쇠나 디지털 도어록 비밀번호를 인계하지 않은 경우, 출입 권한을 유지하며 내부 집기를 그대로 방치한 경우, 혹은 영업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짐을 빼지 않은 상황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영업장 문을 닫아두었거나 "조만간 나가겠다"는 구두 약속만으로는 법률상 건물을 인도한 것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엄 변호사는 "해지 통보가 완료된 시점부터는 이를 단순한 협의 단계로 볼 것이 아니라 명도소송을 전제로 한 법적 대응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임대인이 막연하게 기다리는 동안 공실에 따른 임대료 손실, 관리비 체납, 신규 임대차 계약 지연 등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만, 법적인 소송 요건은 이미 갖춰진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많은 임대인이 범하는 대표적인 오류는 해지 통보만으로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믿는 점이다. 해지 통보는 어디까지나 기존의 계약 관계를 종결시키는 원인 행위일 뿐이다. 실제 점유 상태가 물리적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임대인은 결국 법원을 통한 인도 청구와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즉, 해지의 효력 발생과 실제 명도는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엄 변호사는 "명도 분쟁의 핵심은 해지 통보 여부를 넘어, 그 이후에도 점유가 객관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점유 상태가 확인되는 즉시 소장을 제출하는 것이 임대인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정적인 호소에 이끌려 시간을 지체하기보다 점유 상태를 기준으로 명도 요건이 언제 완성됐는지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분쟁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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