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형벌 프레임 보다 절차 원칙 우선 의미
[사건개요]
복직을 요구하며 세종호텔에서 농성을 벌였던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지부장에 대해 검찰이 공동퇴거불응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혐의 인정, 재범 방지 다짐, 주거 및 가족관계, 심문 태도 등을 종합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장기각은 단순한 신병 판단을 넘어, 노사갈등을 형사절차가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졌다.
노동 현장에서 벌어지는 농성은 언제나 경계선 위에 있다. 헌법이 보장한 집회의 자유와 사용자의 재산권·영업권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충돌이 지속되면, 결국 경찰과 검찰이 개입하고 형법의 언어가 등장한다. 복직 요구는 ‘퇴거불응’이 되고, 농성은 ‘업무방해’가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갈등의 본질은 사라지고, 구성요건 충족 여부만 남는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법적으로 가능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기각은 다른 메시지를 남겼다. 형사절차는 갈등의 해법이 아니라, 최소한의 질서 장치여야 한다는 점이다. 구속은 수사의 편의가 아니라, 오직 불가피할 때만 허용되는 최후수단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최근 노사 분쟁, 집회, 농성 현장에서 형사처벌과 구속영장이 빠르게 동원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질서 회복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갈등 해결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갈등을 ‘범죄화’시키며 당사자 간의 대화 가능성을 더 좁히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번 결정은 그 흐름에 제동을 건 사례로 읽힌다. 법원은 형벌의 프레임보다 절차의 원칙을 우선했다. 이미 증거가 확보됐고, 도주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다.
이는 노사갈등을 바라보는 사법부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법은 개입하되,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에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다.
농성은 불편을 초래한다. 점거는 분명한 충돌을 만든다. 그러나 그것이 곧바로 구속의 필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형사절차는 갈등을 억누르는 수단이 아니라, 질서를 유지하는 안전장치에 가깝다.
이번 영장기각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노사갈등을 형벌로 풀 것인가, 절차로 다룰 것인가. 법원은 후자를 택했다.
[사건 고지]
본 기사는 공개된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사유를 바탕으로 노사갈등과 형사절차의 관계를 분석한 시사 해설 기사입니다. 사건의 최종 법적 판단은 향후 재판 절차에 따라 확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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